매년 10월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시즌이다. 전세계 출판사들이 독일로 모여드는 출판산업 최대의 견본시이다. 나도 매년 경주마마냥 그 현장을 누비던 때가 있었다. 유수의 출판사가 놓쳤을지 모를 흙 속 진주 같은 책을 찾아, 읽을 수조차 없는 생경한 언어의 책들까지 들춰보곤 했다. 신중을 기해 출간해 봐야 판매 성적은 맹탕이거나 쏘쏘였던 경우가 많다. 베스트셀러를 안겨 줄 결정적 PICK은 갈구 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님을 깨달아 갔다. 출판 시장에서 세렌디피티(우연히 얻어진 커다란 발견이나 발명)는 종종 일어난다. 키다리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흥분하지 않으면서 단단한 태도를 견지하는 경험 정도는 쌓아갔다. 

출판사 초창기에 프랑크푸르트에서 PICK한 책들 대부분 명을 다했다. 이번 뉴스레터에 소개하는 책은 그 PICK 중 하나다. 명을 다한 책들이 크게 안타깝거나 그렇지는 않은데, 그림도 이야기도 아름다운 이 책은 좀 예외다.  〈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 이 책의 한글판도 남은 생명이 그리 길지는 않을 듯하다.